책을 읽고 감동을 받아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잊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아쉬움을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필사(筆寫)입니다.
좋은 문장을 손으로 직접 옮겨 쓰는 행위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글의 의미를 마음 깊이 새기고 사고력을 확장하게 합니다.
이 글에서는 필사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은지,
그리고 생활 속 습관으로 정착시키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필사의 가치와 효과
필사는 단순히 책의 문장을 옮겨 적는 행위를 넘어, 마음과 사고를 깊게
단련하는 과정입니다. 좋은 문장을 읽고 감탄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써 내려가며 그 의미를 다시 새기게 되면 뇌와 감각이 동시에
자극을 받습니다.
눈으로 읽을 때는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만, 손으로 쓰면 시각,
청각, 촉각이 함께 작용하여 내용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반복해서
쓰는 과정은 장기 기억으로 연결되어,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또한 필사는 집중력 향상에 탁월합니다. 한 글자, 한 문장을 또박또박 옮겨 적는 동안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이는 마치 명상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어, 짧은 시간이라도 오롯이 글에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소음과 정보가 쏟아지기 때문에 한 가지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필사를 하면 주변의 방해 요소를 잠시 잊고, 오직 문장과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필사는 글쓰기 능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줍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문장을 읽고 익히는 것이 필수인데, 필사는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좋은 작가의 문장을 따라 쓰면서
문장의 구조, 단어의 배열, 문체의 리듬을 몸으로 익히게 됩니다.
그렇게 체득한 감각은 나중에 자신이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표현력이
더욱 풍부해집니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초기에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의 문장을
필사하면서 글쓰기의 기본기를 다졌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필사는 책과의 깊은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독서가 아니라, 저자의 생각을 곱씹고 나의 삶과 연결시키는 능동적인 독서로 바뀝니다.
문장을 옮겨 쓰는 동안 그 의미를 여러 번 되새기게 되고, 때로는 내 경험과 감정이
떠올라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됩니다.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지혜로 이어지는 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결국 필사는 기억력, 집중력, 글쓰기 능력을 동시에 길러 주는 습관이며, 책을 단순히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삶 속에 녹여 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필사를 하다 보면 단순히 책을 따라 쓰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것을 배우는
느낌이 듭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고, 글쓰기 능력 또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필사를 시작하는 방법
필사를 시작하려는 마음이 생겼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천 가능한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큰 목표를 세우면 부담이 되고 중도에 포기하기 쉽습니다. 따라서 작은 습관부터
차근차근 쌓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 책을 고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모든 책이 필사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에게
울림을 주는 책,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문장이 담긴 책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예를 들어 고전 문학, 산문집, 시집, 혹은 마음을 다잡게 하는 자기계발서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의미 있는
책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야 필사 과정이 즐겁고 오래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분량과 시간 정하기입니다. 욕심을 내어 한 번에 많은 양을 쓰려고 하면 피로감이
쌓여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하루에 한 문단, 혹은 한 페이지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는 “매일 10분”처럼 시간을 기준으로 정해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지,
많은 양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목표를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쌓아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도구 선택도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은 종이 노트와 펜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요즘은
태블릿이나 전자노트를 활용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떤 도구를 쓰든지 중요한 것은
직접 손으로 쓰는 과정입니다. 손이 움직이고 눈이 따라가며, 뇌가 동시에 작동해야 필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따라서 편안하게 오래 쓸 수 있는 도구를 고르는 것이 현명합니다.
필사할 때는 속도를 줄이고 의미를 음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베껴 쓰는 데 그치지 말고,
문장의 뜻을 곱씹으며 옮겨 적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마음에 특히 와닿는 부분은 밑줄을 긋거나
옆에 짧은 메모를 적어 두면 더 깊은 성찰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책의 한 구절이 내 삶의 경험과
연결된다면, 간단한 감상을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단순한 기록이 아닌
나만의 해석이 담긴 지적 자산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필사를 시작할 때는 완벽하려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글씨가
삐뚤빼뚤해도 상관없고, 빠뜨린 문장이 있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꾸준히 이어가며
책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필사는 잘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좋은 문장을
내 안에 스며들게 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필사를 생활 속 습관으로 만드는 법
필사는 하루 이틀만 해서는 그 진가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꾸준히 이어갈 때 비로소 기억력과
집중력, 그리고 글쓰기 능력 향상이라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필사를
습관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먼저, 정해진 시간과 장소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커피를 마시며
10분간 필사를 하거나, 잠들기 전에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에 필사를 하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기 쉽습니다. 습관은 반복에서 생기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처음에는 잊을 수 있으니 알람을 맞추거나 눈에 잘 띄는 자리에
노트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둘째, 작은 성취감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 달 동안 채운 필사 노트를
한 권 쌓아 두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생기고, 그 자체가 동기부여가 됩니다. 자신이 쓴
글자와 문장이 쌓여 갈수록 뿌듯함이 생기며, 이 성취감이 또다시 필사를 지속할 힘이
되어 줍니다. 필사한 문장 중 마음에 드는 구절을 따로 모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작은 기록이 모이면 나만의 명문장 노트가 되고, 훗날 다시 꺼내 읽으며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셋째, 공유와 교류를 통한 지속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필사한 문장을 블로그나
일기 형식으로 정리해 두거나,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짧게 올리면 다른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혼자 하는 습관은 쉽게 지치지만, 누군가와 나누면
새로운 의미가 생기고 더 큰 힘을 얻게 됩니다. 서로가 감명 깊게 쓴 문장을
공유하다 보면 읽는 재미와 쓰는 즐거움이 배가됩니다.
넷째, 자신만의 필사 방식 찾기가 중요합니다. 어떤 이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감동적인 문장만 발췌하여 옮겨 적습니다. 어떤 이는
필사 후 간단한 감상을 남기고, 또 다른 이는 색깔 펜을 활용해 문장을 꾸미며 기록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래야 오랫동안 즐겁게
이어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글씨가 삐뚤어져도 괜찮고, 하루를
빼먹어도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마음가짐입니다.
필사는 잘 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좋은 문장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자신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습관이라도 오래 이어가면 결국 큰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좋은 책을 필사하는 습관은 단순한 베껴 쓰기가 아니라, 기억력과 집중력을 기르고 글쓰기
능력을 키우는 과정입니다. 읽은 책을 내 삶에 깊이 새겨 넣는 다리 역할을 하며, 꾸준히
쌓이면 그것 자체가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손으로 쓰는 행위는 더 특별합니다. 한 문장씩 옮겨 적는 작은 실천이
결국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미래의 나를 지탱해 줄 힘이 됩니다. 오늘부터라도 짧은 문장
하나로 필사를 시작해 보길 권합니다.